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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의 "파우스트"와 스타트업 창업가의 욕망 지식의 한계를 넘어선 욕망 - 파우스트 박사의 문제의식과 창업가의 집착 괴테의 『파우스트』는 단순한 고전 비극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어디까지 성장과 성공을 추구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무엇을 잃는지를 근본적으로 묻는 실존적 질문의 집합체다. 주인공 파우스트는 의학, 철학, 신학 등 모든 학문을 섭렵한 지식인이다. 하지만 그는 지식이 주는 만족에 한계를 느끼고, 결국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 계약을 맺으며 경험, 쾌락, 힘을 좇는 삶에 돌입한다. 그의 고뇌는 오늘날의 스타트업 창업가들에게도 낯설지 않다. 현대의 창업가는 단순히 회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자 하는 자다. 그들에게 현실은 늘 부족하며, ‘성공’이라는 개념조차 경계 너머에 놓여 있다. 지식에 대한 열망은 곧 통제와 확.. 2025. 4. 10.
햄릿은 왜 매일 우울했을까 – 현대인의 선택장애와 고전에 대하여 1. 선택 앞의 인간 – 햄릿이 ‘행동’ 대신 ‘망설임’을 택한 이유셰익스피어의 『햄릿』은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인간이 선택의 기로에서 얼마나 무력하고, 때론 자기 파괴적으로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심리극의 정수다. 햄릿은 아버지를 살해한 삼촌 클로디어스를 처단해야 한다는 명백한 목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실현하기까지는 끊임없는 사유와 감정적 요동, 도덕적 갈등에 휩싸인다. 그는 “죽느냐, 사느냐(To be, or not to be)”라는 문장 하나로, 인간 존재의 핵심인 자유의지와 운명, 삶과 죽음의 경계를 날카롭게 묻는다. 그가 우울했던 이유는 단순히 사랑과 가족을 잃었기 때문이 아니라, 이처럼 선택이라는 행위 자체가 내포한 철학적 무게를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햄릿.. 2025. 4. 9.
군주론으로 본 오늘의 정치 유튜버 전략 1. 마키아벨리와 정치 유튜버 – 권력의 본질은 무엇인가?니콜로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군주는 사랑받기보다 두려움의 대상으로 남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 논리는 권력을 유지하는 방식에 있어 도덕보다 실용이 우선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그가 주장한 핵심은 ‘권력은 선한 것이 아닌, 효과적인 것’이라는 철저한 현실주의였다. 흥미롭게도 이 논리는 오늘날 정치 유튜버들의 전략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이들은 여론을 조작하거나 진실을 왜곡하려는 악의적 의도 없이도, 단지 시선을 끌고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두려움’과 ‘충격’을 도구로 사용한다. 분노를 유발하고, 적을 설정하며, 갈등을 과장하는 콘텐츠는 시청자들의 감정을 자극하고, 반복적인 소비를 유도하는 구조로 작동한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는 때로.. 2025. 4. 9.
노자를 읽고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진 이유 1. 무위(無爲)의 철학 – ‘하지 않음’이 왜 이렇게 매력적인가노자는 『도덕경』 서두에서 말한다. “도(道)는 말로 할 수 없으며, 이름 붙일 수 있는 것은 영원한 도가 아니다.” 이는 단순히 언어의 한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근원적인 상태는 인간의 억지와 욕망으로는 통제할 수 없다는 철학적 통찰이다. 이처럼 노자의 사상 핵심은 무위자연(無爲自然), 즉 인위적인 개입 없이 스스로 그러한 상태를 추구하라는 것이다. 현대 직장 문화는 그와 정반대의 철학 위에 놓여 있다. 일상은 쉴 틈 없이 '해야만 하는 일들'로 가득하고, 구성원은 KPI와 OKR이라는 이름의 숫자들에 따라 움직인다. 창의성은 보고서 안에 갇히고, 자율성은 팀장 결재에 종속된다. 노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는 ‘과도한 행위’를 숭.. 2025. 4. 8.
니체가 인스타그램을 한다면 어떤 글을 쓸까 1. 니체와 자기표현 – ‘너 자신을 브랜드하라’의 시대에 대하여니체가 살던 시대에는 ‘자기 표현’이 곧 철학이었다. 그는 자신의 고통과 사유, 가치관을 직접 문장으로 다듬고, 그것을 책이라는 형식으로 세상에 던졌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2025년은 철학서가 아닌 피드 위에서 자기를 드러낸다. 인스타그램은 사유보다 감정이 먼저, 내용보다 이미지가 앞선다. 만약 니체가 인스타그램을 했다면, 그는 단순히 일상을 공유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아마도 “진정한 자아는 필터 뒤에 있지 않다”라는 문장을 한 장의 흑백 셀카와 함께 올렸을지도 모른다. 또는 “도덕은 집단이 만든 구도다. 너는 무엇을 믿는가?”와 같은 한 문장으로 매일 아침 피드를 장악했을 수도 있다. 현대인은 ‘팔리는 자아’를 연출하고, ‘.. 2025. 4.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