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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고르의 실존주의, 'N포 세대'의 불안과 선택 1. 키르케고르의 불안, N포 세대의 존재를 잠식하다 덴마크의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는 인간이 자유롭기 때문에 느끼는 불안을 존재의 근원적인 현상으로 보았습니다. 이는 막연한 두려움이나 공포가 아니라, 무한한 가능성 앞에서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는 '선택의 현기증'에서 비롯되는 심리적 상태를 의미합니다. 'N포 세대'는 이러한 키르케고르의 불안을 가장 직접적으로 체험하는 현대인의 집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취업 등 사회가 제시하는 보편적인 삶의 기준 앞에서, 이들은 선택의 자유를 가진 동시에, 그 어떤 선택도 '정답'이 될 수 없다는 절망적인 불안감에 휩싸입니다. 키르케고르에 따르면 인간은 어떤 본질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선택'을 통해 자신.. 2025. 6. 6.
애덤 스미스: 국부론, 알리 익스프레스가 만든 새로운 경제 질서 1. 애덤 스미스의 분업, 알리 익스프레스의 글로벌 초 세분화 생산망을 만나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국부 증진의 핵심 동력으로 분업의 이점을 강조했습니다. 핀 공장 예시를 통해 한 사람이 모든 공정을 수행하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각자의 전문 분야를 맡아 협력할 때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증가함을 설파했죠. 21세기 알리 익스프레스는 이러한 스미스의 분업 개념을 지구적 차원으로 확장하고, 상상하기 어려웠던 초 세분화된 생산과 유통의 생태계를 구축했습니다. 중국의 수많은 소규모 제조업체는 특정 부품이나 아주 작은 제품 하나를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알리 익스프레스는 이들을 전 세계 소비자와 직접 연결하며 전례 없는 효율성을 창출합니다. 이는 스미스가 상상했던 공장 내부의 분업을 넘어, 전 세계가 하나의 거.. 2025. 6. 5.
도가: 자연과의 합일, '숲캉스'와 '멍때리기'의 철학 1. 장자의 물아일체, 숲캉스에서 현대인의 해방을 노래하다 고대 중국 도가 철학의 정수, 장자는 물아일체를 통해 자연과 인간이 하나 되는 경지를 역설했습니다. 인위적인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며, 객관과 주관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 진정한 자유와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고 보았죠. 21세기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이러한 장자의 이상을 해학적이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행태인 '숲캉스'와 '멍때리기'에서 발견합니다.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숲 속으로 떠나는 '숲캉스'는 단순히 쉬는 것을 넘어, '자연과 내가 하나 되는' 장자적 경험의 현대판 발현이며,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존재하는 '멍때리기'는 무위자연의 도를 일상 속에서 실천하는 도가적 해탈의 순간입니다. 장자가 관직을 마다하고 숲 속에서 자유로운.. 2025. 6. 5.
유가(儒家) '오륜(五倫)의 재해석': '건물주'와 '세입자'의 현대판 군신유의 고찰 21세기 아파트 공화국의 '군신유의': 건물주와 세입자의 불편한 동거 고대 유교 철학의 핵심인 오륜(五倫)중 군신유의(君臣有義)는 군주와 신하 사이에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뜻합니다. 군주는 백성을 사랑하고 올바른 정치를 펴야 하며, 신하는 군주에게 충성하고 자신의 직분을 다해야 한다는 가르침이죠. 그런데 21세기 대한민국, 특히 '아파트 공화국'이라 불리는 현대 도시 사회에서 이 군신유의는 다소 해학적이면서도 씁쓸하게 '건물주'와 '세입자' 사이의 관계로 재해석될 수 있습니다. 건물주는 '군주'의 자리에, 세입자는 '신하'의 자리에 놓여 마치 왕국과도 같은 부동산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도리와 권력을 주고받는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건물주는 자산의 '지배자'로서 공간이라는 절대적인 권력.. 2025. 6. 4.
푸코 '감시와 처벌': 'CCTV'와 '개인정보'의 감옥에 갇힌 현대인 1. 푸코의 '파놉티콘', 스마트폰과 CCTV가 된 현대의 감옥 20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는 그의 저서 '감시와 처벌(Surveiller et Punir)'에서 '파놉티콘(Panopticon)'이라는 개념을 통해 근대 사회의 감시와 규율 권력을 날카롭게 분석했습니다. 파놉티콘은 중앙의 감시탑에서 죄수들을 24시간 감시할 수 있도록 설계된 원형 교도소 건축물로, 죄수들은 자신이 언제 감시당하는지 알 수 없기에 스스로를 규율하게 됩니다. 그런데 21세기, 이 푸코의 '파놉티콘'은 특정 건축물에 국한되지 않고, 스마트폰과 CCTV, 그리고 넘쳐나는 개인정보라는 형태로 현대인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침투했습니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감시탑의 시선 속에서 스스로를 검열하고, 규율하며, 때로는 그 감시를 내.. 2025. 6. 4.
사르트르 '존재와 무': '나홀로 집밥'의 자유와 고독 1. 사르트르의 '자유', 1인 가구의 '나 홀로 집밥'으로 발현되다 20세기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의 거장 장 폴 사르트르는 그의 기념비적인 저서 '존재와 무(L'Être et le Néant)'에서 '인간은 자유롭도록 저주받았다'는 명제를 던졌습니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어떤 규정된 '본질' 없이 세상에 던져졌고, 스스로의 '선택'을 통해 자신을 만들어가는 존재, 즉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사르트르의 철학은 오늘날 현대인의 삶, 특히 '나홀로 집밥'을 즐기는 1인 가구의 일상에서 가장 적나라하고 해학적으로 드러납니다. 냉장고 문을 열고 무엇을 먹을지 '선택'하는 순간부터, 어떤 반찬을 할지, 그릇은 무엇을 쓸지, 심지어 TV를 켜고 먹을지 말지까지, '나홀로 집밥'의 모든 과정은.. 2025. 6. 3.